1일 1식.
다른 표현으로 23시간 단식을 하고 있다.
나는 특별하게 식단을 제한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체중 감량을 위해서 단식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제한하는 것이 있다면 유제품 하나다. 우유를 잘 소화시키지도 못하고, 유당제거 우유를 마셔도 복부팽만이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제외하고는 나는 단식이 끝나고 먹고 싶은 대로 골고루 잘 먹었다.
빵, 튀김, 밥, 반찬, 면, 국, 고기, 생선 등등.
밥을 제하다
그러던 중, 우연하게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으로 밥을 먹었다.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샐러드를 너무 많이 만들어서다. 점심에 먹을 샐러드를 만들었다. 냉장고에 있는 몸에 좋은 갖가지 재료들을 조금씩 넣었는데 종류가 많다 보니 샐러드 양이 많아진 것이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음에도 밥은 푸지 않기로 했다. 밥을 포기한 이유는 한눈에 보아도 한 냄비 수준으로 풍성했기 때문. 또 이 날은 밥 말고 택해야 할 우선적인 음식이 있었다. 엄마가 아침부터 기름불 앞에 서서 땀 흘리며 만들어주신 동그랑땡도 있었다.
30년 동안 먹어온 나의 식단은 쌀밥이 베이스다. 여기서 쌀밥이란 오곡밥이든 현미밥이든, 오트밀밥이든, 잡곡밥이든 상관없다. 쌀이 들어간 밥을 말한다. 반찬과 밥을 먹어왔던 내가 밥 없이 샐러드랑 반찬만 먹은 것. 그렇게 저탄수화물 고지방으로 먹고 보니 쌀밥을 먹어왔을 때랑 몸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하루 몸 컨디션이 다르다.
내가 먹은 식단
- 고지방 (아몬드, 닭고기, 올리브오일)
- 단백질 (닭고기)
- 야채 (로메인, 양배추, 적배추, 파프리카, 당근, 무, 김치)
- 탄수화물 (캐슈너트 약간)
* 하나의 음식에 한 가지 영양소만 들어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음식에는 많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다. 위에 구분은 대략적으로 섭취한 영양소를 한눈에 파악하기 쉽도록 보다 많이 차지하는 영양소를 기준으로 분류했다.
저탄수화물 고지방 섭취 후 컨디션
□ 식사 후 식곤증이 줄어듦
□ 기분 좋은 배부름
(뱃속이 불쾌하지 않은 배부름)
□ 배부름이 오래 지속.
□ 저녁이 되면 불렀던 배가 가벼워짐.
식곤증 완화
나는 대부분 밥을 먹고 나면 식곤증이 있었다. 그때마다 낮잠을 자는 건 아니지만 정말 눈을 감지 않고는 못 배길 어려운 고비는 꼭 있다. 밥을 안 먹고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으로 챙겨 먹자 식후 식곤증이 크지 않았다. 똑같이 배부른데도 말이다. 조금 노곤하긴 했지만 '미치도록' 졸린 순간이 없었다!
기분 좋은 배부름
배부름의 질이 다르다. 튀김이나 파스타, 면, 빵, 아이스크림등 고탄수화물로 맛있게 식사를 하고 나면 손님이 꼭 찾아온다. 손님은 둘 중 한 명이다. '불편한' 배부름 또는 '불쾌한'배부름이다.
적정하게 먹었는데도 식후에는 늘 '불편한' 아니면 '불쾌한' 손님이 찾아왔다. 문제는 이렇게 배부른데도 배고파서 후식을 찾는 것. 방금 전에 식사를 끝내 배부른데도 후식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불쾌한' 배부름을 만날 수밖에 없다.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사를 하자 깜짝 놀랐다. 내게 새로운 손님이 찾아온 것! 바로 '기분 좋은 배부름' 또는 '가벼운 배부름'이다. 가벼운 배부름은 표현이 조금 역설적이지만 가장 적당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배가 '불편하고 과하게 무거운' 상태라기 보단 적당하게 '잘 부른' 상태다. 알맞게 잘 찬 기분이다. 정말 깜짝 놀랐다. 나는 밥을 먹으면서 과식이나 폭식을 한 적이 별로 없는데도 이제껏 기분 좋은 배부름이라 느낀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밥을 안 먹었는데도 기분 좋게 배부를 수 있고, 배부름도 오래 지속된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
오래 지속된 배부름
저탄수화물 고지방식단은 배가 빨리 부르고, 배부름이 오래 지속되는 것 같다. 밥을 먹을 때는 배가 불러도 후식으로 뭔가 먹을만한 게 없을까 찾았다면, 저탄수 고지방으로 밥을 먹으니 배부르자 더 먹을 생각이 들지 않는다. 배부름도 오래 지속된다. 간식 생각이나 단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
단점
현재 느끼는 부작용은 저녁에 기력이 조금 딸리는 것. 빈혈이 온 느낌이다. 매일 적당량을 챙겨 먹던 탄수화물이 갑자기 들어오지 않아서인 것 같다. 몸이 새로운 상황을 처음 맞이하고는 적응 중인 상태랄까.
결론
매일 잘 먹어온 탄수화물을 대폭 줄여 갑자기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으로 바꾸기보다 단계적 스텝을 밟으면 좋겠다. 일주일에 한 번 해보고, 익숙해지면 두 번, 그러다가 익숙해지면 일주일에 세 번으로. 천천히 늘려가며 몸과 마음이 잘 적응할 시간을 주면 좋겠다.
뼛속까지 한국인인 난 식단에 쌀밥이 안 올라온다는 건 제대로 된 밥상이 아니라 생각했다. 건강상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고 위험하다 생각했다. 막상 해본 저탄수 식단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더 건강한 컨디션, 기분 좋은 식사와 배부름, 건강한 하루 에너지가 채워졌다. 충분했다.
양식을 먹는 약속이 잡혀 있거나, 몸을 가볍게 하고 싶을 때 이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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