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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일기

맛없는 복숭아잼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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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먹자~~"

얇은 후지와 전지로 만든 불고기

오늘의 점심 메뉴다.

지난 밤 7시에 저녁 만찬을 끝으로 첫 식사인 만큼 뭘 먹어도 맛있을 참이었다.

"응? 뭐지, 불고기에 신 맛이 나네???"

보통 엄마의 불고기는 간장이 베이스로 된 불고기라(고추장 불고기는 정말 가끔이다)

짭쪼름한 맛이 나는데.

30년 평생 먹어온 엄마의 불고기에

'신맛'이란 갑작스런 이방인이 껴들어 있었다.

"엄마가 불고기에 식초를 넣으셨나?"

매번 요리할 때마다 색다른 시도를 하는 엄마는 고정된 레시피가 없다. 같은 레시피라도 들어가는 양념의 양과 재료는 때마다 달라지는 케이스다. 이번엔 식초를 넣어 보는 새로운 시도를 하셨나 보다 생각하며 먹고 있는 중, 맞은편에 앉은 엄마의 눈망울이 이상하게 똘망하다. 한껏 궁금함을 차오른 눈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이내 말을 건넸다.

" 맛 어때? 괜찮아? "

" 응 맛있네~ "

" 여기에 말야, 잼을 한 번 넣어봤어~"

" ?? 무슨 잼? "

" 복숭아잼 있지? 가장 최근에 만든 거 말고, 그전에 만든 거 말야. 그거 넣어봤어~ 글쎄 최근에 만든 건 맛있게 잘 나왔는데 저번에 만든 게 그때 넣은 레몬이 맛이 썼던지, 복숭아잼에서 쓴맛이 좀 나는 거야. 어쩌지 하다가 여기에 넣었지~ "

시큼한 맛의 원인은 바로 복숭아잼이었다.

쓴맛은 고기와 다른 소스들에 맛이 묻혔고

복숭아와 레몬의 신 맛이 도드라지게 된 것.

어떻게 불고기에 잼을 넣을 생각이 들까?

고기의 연화작용을 위해 배나 사과등의 과일을 갈아 넣는 걸 알곤 있지만 엄마의 사고는 정말 창의적이다. 그런 엄마의 시도로 맛없어 냉장고 신세를 면치 못했을 복숭아잼은 불고기로 재부활하였다.

음식에 또 하나의 추억이 깃든다.

나도 나중에 엄마의 손맛을 닮아있지 않을까 싶다.

 

 2022.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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