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베이커리 위로빵
4.
< 궁극의 사워도우/와틀링턴>

영국 오렌지 베이커리에 직접 가게 됐을 때, 1순위로 가장 먼저 살 빵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1초의 고민도 없이 이 빵을 고를 것이다. 이 빵은 오렌지 베이커리 사워도우 브레드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빵, 바로 <와틀링턴> 되시겠다.
와틀링턴은 키티가 사는 동네 이름이다. 가게의 시그니처 빵이름을 동네 이름으로 짓다니.
만약 키티와 앨이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빵을 잘 팔려고 했다면 분명 이런 단어들을 고려했지 않았을까?
'천연', '건강한' '통밀 100%', '노 버터', '노설탕', '노유제품', '저온숙성', '저온발효', '유산균', '소화가 잘 되는', '사워도우' 등등
그러나 키티와 앨은 건강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끌만한 어떠한 단어도 쓰지 않았다. 내가 사는 동네의 이름만큼 평범한 이름이 있을까?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오렌지 베이커리가 세워진 만큼, 마을을 향한 키티와 앨의 애정과 감사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내가 와틀링턴 동네에 사는 주민이라면, 이 빵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으리라. 내 취향이든 아니든 간에 분명 한 번은 꼭 살 것이 틀림없다. 와틀링턴 빵을 구입하는 동네 사람들 역시 마을을 아끼는 키티와 앨의 마음을 똑같이 느끼리라.
이 빵을 구우면서 참 부러웠다. 우리로 치자면 매일 먹는 주식인 '밥'을 동네 근방에서 재배되는 로컬 재료로 신선하게 만들어 보답하는 오렌지베이커리. 그러한 베이커리를 애정하는 마을. 이 관계가 부러우면서 동시에 배울 수 있었다. 이것은 빵을 사는 사람들을 '돈'이 되는 사람들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고객들을 '고맙고 감사한' 존재로 바라봤기에 가능한 이름이었고, 그 마음을 아는 마을 주민들도 베이커리를 애정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만약 내가 '밥'이 되는 건강한 식사빵을 가게 시그니처 빵으로 굽는 다면, 과연 나는 쉽사리 이름 붙일 수 있을까? 생각해 봤더니 순간 멈칫했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명인 '와틀링턴'에서는 느낄 수 없는 구수함이 먼저 느껴졌기 때문이다.
'평리동' '신북읍' '마포구' '게톤'
와틀링턴이 막상 한국판 "평리동'으로 바뀌자 "나도 그렇게 이름 지어야지!" 했던 마음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키티, 앨... 마을을 향한 그대들의 애정은 결코 평범한 것이 아녔군요.
종이 한 장 넘기듯 바뀌어진 내 마음이 부끄럽다. 그래도 꿈꿔본다. 내 빵을 사서 건강한 한상 차림을 꾸리는 주민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나도 빵에 담고 싶다고. 그때의 빵이름은 과연 어떤 마을을 품고 있게 될까? 세상 궁금하다.

우리밀로 빵을 구워봤다. 발효력, 풍미, 내상 모두 잘 나오는 수입밀(예를 들면 프랑스밀) 놔두고 굳이 우리밀을 사용한 이유는? 별거 없다. 가장 신선한 재료이기 때문이다. 빵이 빵빵하게 잘 나올 단백질을 충분하게 함유하고 있는지, 얼마나 제빵력이 좋은지는 등등은 빵을 만드는데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이다. 그럼에도 가장 1순위로 '신선한' 재료를 꼽은 키티와 앨이 가게 근방에서 재배돼 제분한 ''우리밀'로 신선한 빵을 구웠듯이. 나도 가까운 곳에서 재배돼서 빻은 신선한 밀가루인 우리밀을 사용했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가 나에게 없다면 거짓말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나 역시 똑같다. 오랜 시간 들여서 정성으로 구워낸 빵이 잘 나왔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똑같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면 이왕이면 더 빵실하게 나오는 밀가루를 쓰고 싶다. 이왕이면 내상이 잘 나오면 좋겠다. 먹음직스럽게 빵빵하게 잘 구워진 빵을 팔고 싶다.

그럼에도 매일 밥으로 먹을 용도의 식사빵은 우리밀로 굽는다. 겉으로 보이는 모양으로는 조금 부족하지만 안에 재료가 품은 신선함이 건강에 부족함이 없으리라 믿으며.

궁극의 사워도우, 와틀링턴.
매일 먹어도 되는 밥이 되는 빵.
씹으면 씹을수록 단 맛이 나는 우리네 쌀밥처럼
씹으면 씹을수록 구수한 외국의 밀'밥'이다.
우리밀 100%
- 국산 호밀가루
- 국산 통밀가루
- 국산 강력분(우리밀)
천연 효모 (리프레쉬 밀가루: 우리밀)
한살림 볶은 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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